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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옛구조 살리며 살짝만 손대니…'미운오리 다가구' 핫플로 변신

입력 : 
2023-07-20 16: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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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홍대입구역 인근 경의선숲길
공원 생기자 낡은 집들 개조
빈티지 벽돌마감 그대로 두되
통창 적용후 외벽마감 다듬어
MZ 겨냥한 상점 잇따라 입점
사진설명
일명 '연트럴파크'로 불리며 서울 주요 상권으로 꼽히는 경의선숲길 인근에서는 다가구주택 리모델링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은 마포구 동교로와 연남로가 만나는 '연트럴파크' 핵심지에 위치한 상가주택의 리모델링 전(왼쪽)과 공사 이후 모습(오른쪽).
서울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로 떠오른 연트럴파크는 다른 유명 상권과의 차별점이 확실하다. 하나의 거리나 일정 지역을 기반으로 골목마다 음식점과 카페 주점 등으로 가득한 유명 상권과 달리, 연트럴파크는 가로공원을 중심으로 발달했다는 점이다. 2005년부터 지하화를 시작한 경의선 총 6.3㎞의 철길을 걷어낸 자리에 서울시가 숲길을 조성해 시민들을 위한 휴게공간을 마련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순차적으로 개장했다. 이 구간 중 홍대입구역부터 가좌역 사이의 숲길이 2015년도에 개장했는데, 여기가 연트럴파크라 불린다.

개장 초기에는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홍대상권에서 밀려난 소상공인들이 연남동으로 이전해 와 하나둘씩 둥지를 틀면서 상권이 형성됐다. 1970~1980년대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는 빈티지한 가구와 소품들로 장식한 음식점과 카페가 들어서 다른 상권에는 없는 숲길과 빈티지 감성으로 무장한 뉴트로 상권의 선두주자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리모델링 전 5개 낡은 가옥들은 연트럴 숲길 개장 전에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흔한 다가구주택이나 상가주택이었다.

그런데 철길을 숲길로 변신시키는 공원 조성 공사가 진행될 때 대박을 예감한 건물주들이 호재가 실현될 시점에 맞춰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왼쪽에서 첫 번째 상가주택이 시동을 걸었다. 1991년도에 준공된 이 상가주택은 대지가 42평으로 크지 않은 면적임에도 불구하고 일견 어엿한 크기의 건물처럼 보인다.

건물주는 2015년에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지하층부터 2층까지는 상업시설로, 3층과 4층은 원룸과 주택으로 꾸몄다. 외벽은 컬러 벽돌로 마감했고 건물의 오른편에 있는 계단실의 외벽은 징크로 마감해 디자인적으로 포인트를 뒀다. 빈티지 감성을 살리기 위해 계단은 기존 것을 그대로 살렸다. 일반적인 리모델링의 경우 계단실도 기존의 것이 보이지 않도록 덮거나 교체하는데, 신흥상권은 뉴트로가 대세인 만큼 낡은 것이 멋진 것이라는 인식을 살려 공사비는 아끼고 감성은 높인 것이다.

2번 건물주는 이듬해인 2016년 리모델링에 착수했다. 1990년에 준공된 이 건물은 반지하가 딸린 2층 건물로 기존의 건물구조가 벽돌을 쌓아 올린 연와조라서 구조안전진단을 실시하고 구조보강 도면에 지시된 대로 전체적으로 철골기둥과 철골보를 촘촘히 설치함으로써 구조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고, 제3층을 증축해 전체를 통상가로 용도를 변경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외형은 다가구주택 형상을 띠지만 실제는 예쁜 카페 건물로 변신한 것이다.

세 번째 건물은 약식 리모델링 사례로 비용은 최소로 들였지만 효과는 최대로 거둔 사례다. 비용 절약 차원에서 외벽은 기존의 붉은 벽돌 마감을 그대로 살렸다. 다만 전면은 노란색 페인팅으로 마감하고 창호는 군청색으로 교체했다. 거리를 두고 이 건물을 보면 노란색과 군청색 창문, 측면 적벽돌의 컬러 조합이 눈에 들어와 5개 건물 중에서 눈에 확 띈다.

네 번째 건물은 기존의 적벽돌 외벽은 유지하되 창문을 통상가에 맞도록 키우고 군청색 프레임을 설치했다. 5층은 증축하면서 외벽을 징크로 마감해 건물이 전체적으로 빈티지와 현대적 요소를 두루 갖춘 느낌을 풍긴다. 이 건물 역시 외벽 마감에서 가성비를 추구해 공사비를 줄였고, 임차인들이 전면을 예쁘게 장식하면서 건물주가 본래 의도했던 외관보다 더 멋진 모습을 띠고 있다.

다섯 번째 건물은 1985년에 준공된 것으로 2019년에 증축을 겸한 리모델링을 했다. 증축으로 인한 하중 증가를 견디기 위해 1층부터 3층까지 전체적으로 철골기둥과 철골보를 촘촘히 설치했다. 이용 편의를 위해 승강기도 신설했다. 이 건물 역시 기존의 주택 부분을 모두 상가로 용도변경했다. 1층은 초콜릿 컬러로 외관을 장식했고, 2~3층은 노출콘크리트로, 증축된 4층은 커튼월로 마감해 4층에서 숲길을 내려다볼 때 탁 트인 조망을 누릴 수 있도록 처리했다.

이렇게 연트럴파크를 걷다 보면, 과거에는 눈에 잘 띄는 곳에 입지했지만 볼품없었던 5개 건물이 지금은 오가는 시민들에게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힙한 상가건물로 재탄생했다. 이것이 우리나라 리모델링의 미래임을 시사하고 있는 듯하다.

사진설명
[임동권 DK빌딩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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