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역 뒤편 노후 건물 증축했더니…신축급 상가빌딩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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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지어진 2.5층 건물
신축하면 건폐율 줄어 손해
증축 선택해 용적률 챙기고
엘리베이터까지 새로 만들어
최신식 4층 근생빌딩 탈바꿈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이면도로 건물의 리모델링 후 모습.


서울에서 지하철 2호선과 3호선이 교차하는 교대역 상권은 강남3구에서도 손꼽히는 상권으로 통한다. 상권이 지속적으로 흥하려면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층의 호응이 중요한데 이들의 상권 충성도는 그리 높지 않다는 게 문제다. 젊은 층의 SNS 홍보 덕에 불꽃처럼 일어난 유행상권은 한동안 융성하지만 대안이 출현하면 그들의 발길은 이내 다른 곳을 향하게 된다. 그 결과 버림받은 상권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1980~1990년대를 풍미했던 압구정로데오나 이대상권은 해가 지지 않는 최고의 상권으로 유명세를 떨치다가 2000년대 들어 가로수길과 홍대상권으로 패권이 넘어간 후 지금껏 활기를 되찾기가 어려운 것도 이런 연유일 것이다.

그러나 젊은 층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은 유행을 타지 않고 불경기에도 꿋꿋하게 버틴다. 이런 상권의 특징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직주근접 지역으로서 주요 지하철 노선이 지나는 환승역이라 할 수 있는데 교대역상권이 바로 그런 곳이다. 2호선 지하철역을 기점으로 북서쪽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중심으로 한 법조타운으로 유명하고, 남동쪽으로는 서울교대 캠퍼스와 이면에는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이 혼재되어 있으며, 남서쪽은 교대역상권의 랜드마크 격인 곱창식당가를 중심으로 거의 전 지역에 먹자상권이 포진하고 있다.

리모델링 전 모습.


이번에 소개할 리모델링 사례는 교대역 북측 이면지역 사거리 코너에 입지한 상가건물이다. 용도지역은 재건축할 경우 5층 정도 올릴 수 있는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서 대지면적은 366.6㎡(111평)로 중소형 상가빌딩을 짓기에 적당한 크기다. 1978년 축조 당시 이 건물은 지하 1층에 지상 3층까지 올렸는데 3층은 보는 것처럼 온전한 층이 아닌 절반 정도만 올라갔다. 연면적은 780㎡(236평)였고 건폐율은 59.89%로서 현행법과 비교하면 9.89%가 초과되었다.

즉, 이 건물은 허물고 신축한다면 건폐율 상한선이 50%이므로 층당 182㎡(55평)씩 올릴 수 있지만, 애초에 층당 219.5㎡(66.4평)씩 올린 상태라서 리모델링하면 신축하는 것보다 층당 11.4평씩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리모델링의 장점은 축조 당시의 법규를 그대로 존중해주기 때문에 증축을 겸한 리모델링을 해도 지금처럼 초과된 건폐율을 그대로 유지함에 따라 층당 이용 가능한 면적이 넓다는 것이다. 2000년도 이전에 준공된 건물들 중에는 이 건물처럼 현행 법규 대비 건폐율이 초과된 경우가 의외로 많으므로 이런 건물들은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 신축보다 더 큰 효율을 얻을 수 있다.

이번 리모델링의 포인트는 용적률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 여유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하여 증축을 겸한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리모델링 시에는 기존 건물에 대해서는 과거 축조 당시의 법규를 적용하므로 초과된 부분이 있더라도 존중해주지만, 증축분에 한해서는 현행 법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현행 법상 3종 일반주거지역의 허용용적률은 250%다. 리모델링 전 용적률이 153.4%였으므로 허용치 250% 대비 96.6%만큼 증축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는 오산이다. 법이 허용한 용적률을 최대치로 구현하려면 일조권 사선제한과 주차장법이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용도지역이 주거지역인 경우 정북 방향의 필지에 대하여 일조권을 보장하는 선에 한하여 건물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여유분 용적률을 모두 찾기는 매우 어렵다.

참고로 국내에서 증축을 하는 경우 주택은 150㎡(45.3평)에 1대, 근린생활시설은 134㎡(40.5평)에 1대의 주차시설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이런 제약을 감안한 결과 이 건물은 4층까지 올리면서 연면적 198㎡(59.9평)를 증축할 수 있었고 증축에 따라 주차시설 1대 추가가 필요했는데 이 문제는 건물 후면의 공지를 이용하여 해결할 수 있었다. 기존 건물의 옥상에 증축할 때 적용하는 보편적 기법인 철골을 세워 벽체를 만든 후 마감한 결과 기존의 2.5층짜리 낡은 건물을 만실을 자랑하는 현대적 4층 상가빌딩으로 만들 수 있었다.

건물 외피공사는 잘 보이는 1~2층의 전면과 좌측면은 중후한 느낌의 현무암으로 마감하였고 3~4층은 개방감이 좋은 커튼월로 처리하여 무난한 상가건물 외관을 완성했다. 우측면과 후면은 단열성능이 우수하면서 저렴한 드라이비트로 마감하여 가성비를 추구했다. 기존 건물에는 없었던 엘리베이터를 신설하여 편의성도 높였다. 계단실 바닥에는 타일을 덧붙였고, 난간은 철제 레일로 교체하여 모던한 느낌을 주었으며, 벽면은 흰색 도장으로 마감했다. 층마다 화장실도 개선했다.

지하실은 평소 습하여 임대가 어려웠는데 공사를 하면서 방수 작업과 단열 작업을 철저히 수행하고 모든 환기시설을 새것으로 교체해 습기 문제가 없는 공간으로 변모되어 공실 문제가 해결되었다.

2015년도에 약 4개월 남짓한 공사를 통해 사진처럼 신축급 상가빌딩으로 재탄생되었다. 교대역 이면의 사거리 코너에 자리한 이 상가빌딩은 제고된 건물 기능과 이미지 덕분에 완공 후 조기에 기존 임대료보다 높은 수준으로 임대가 완료됨은 물론 층별 임대 구성도 경기를 잘 타지 않는 업종으로 임대되어 이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근생빌딩으로 재탄생된 것이다.

2015년 당시 투입한 리모델링 공사비는 6억원이었는데, 지금 이 수준으로 공사를 한다면 두 배 수준이 예상된다. 이는 지난 8년간의 물가상승률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건자재값 폭등과 임금 상승 여파로 리모델링 공사비도 그만큼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임동권 DK빌딩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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